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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미술관전시관련기사
제목 신주연 개인전 'True Stories'
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15-10-13 10: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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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5-10-14 11:34:59


10월8일부터 14일까지 백악미술관 1층에서 전시중인 세구 신주연의 작품에 대하여 설명한 글입니다.

월간 전시+가이드 10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면 작품 관람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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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안동민 / Creative Director


하나의 예술작품이 작가의 근본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그의 세계임은 상식이다. 첫 개인전을 여는 작가 역시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자연인으로서의 삶이 그가 지닌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열여섯 어린 소녀가,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갔다. 혹독한 수련과 과감한 실험정신으로 명성이 높은 디자인계의 세계적인 명문인 Art Center College of Design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프로페셔널 디자이너의 길을 탄탄하게 걸어가고 있다.” 여기서 작가의 삶이 막(幕)의 전환이 없는 장(場)들의 연속으로만 이어진다면, 소망하던 바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정진하여 자신의 꿈을 성취한 어느 전문가의 이야기쯤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작가는 그가 힘껏 펼쳐왔고 앞으로도 순탄하게 유지될 디자인 세계의 막을 그의 손으로 내렸다. 그리고 아무 기약된 바 없는 미지의 막을 올렸다. 단지 먹향기에 취해서… 


익숙한 디자인의 세계를 떠나 순수 예술의 세계, 그것도 작가가 대부분의 성장기를 보낸 서구의 감각과는 유난히 대비되는 이미지의 동양의 세계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왜 성공적인 프로페셔널 디자이너로서의 모든 것을 내려두고 순수화가로 변신했을까? 작가의 이력을 처음 접하게 되면 어느 누구나 가졌음직한 세상의 이런 의아함에 작가는 오로지 그의 작품으로 답을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그의 작품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천착한다. 작가는 그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을 그림의 구도로 먼저 인식을 하고, 그 구도 속에 담겨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그만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원시의 생명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바다에서 호젓한 산길 어디쯤, 소담스레 피어있는 민들레 한 송이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있어야 할 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무가공의 온전한 존재들과 자신 사이의 새로운 이야기가 들려올 때마다 작가는 붓을 쥔다. 


온전한 존재가 담고 있는 때 묻지 않은 이야기들을 듣고, 그들과 자신 사이를 따뜻하게 이어주는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는 그 순간의 기쁨을 그만의 세계에 비밀스럽게 가두어두기 보다는 붓 한 자루의 힘을 빌어 기꺼이 사람들과 나누고자 한다.


사람 사는 모습을 더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드는 데에 모든 것을 집중하여 생활의 향상된 모습을 제시해야만 하는 디자인의 세계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삶과, 그 삶의 터전인 이 푸른 별 어딘가에서 제각각 존재하고 있는 모든 것들과의 관계에서 감동을 느끼고, 이를 화선지에 옮기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사람들과 그 감동을 나누는 것’에의 새로운 이끌림, 이것이 세상이 작가에게 묻는 변신의 이유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연하고 있었던 순수예술에의 갈증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왔던 2011년 가을, 일본의 어느 갤러리에서 조우했던 ‘먹’의 강한 흡인력, 수없이 덧칠이 가능한 디자인과 달리 ‘한 번 찍으면 끝’인 먹의 세계에 강하게 이끌렸던 그 순간의 떨림을 계기로 하여. 그때까지의 막을 내린 날이자 또 새로운 막을 열었던 그 날의 화두를 놓지 않고 오늘도 새로운 감동을 발견하고 나누려는 작가 신주연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2011년 처음 문인화를 배울 때 선이 딱딱하다는 지적을 받고 1년을 꼬박 서너 시간 씩만 자며 고개를 숙인 채 선을 그었더니 어느 순간부터 목에 극심한 통증과 기형이 와서 훌쩍 한국을 떠나 1년간 붓을 놓았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옥크빌이라는 한적한 교외에 자리를 잡고 캐나다 돈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정도의 칩거생활을 하면서, 그 곳에서 마주치는 때 묻지 않은 자연에 대한 관찰과 사유로 그 시간들을 오롯이 보냈다. 


회복된 건강과 한 뼘 더 넓어진 시각을 바탕으로 최근 작가는 자연을 모티브로 한 생명력 충일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인생의 반이 넘는 시간을 미국과 캐나다에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일반적인 추상작업과는 다른 한국적인 정서와 동양의 미감이 반영된 점묘적 기법의 추상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외관을 중시하는 도식적인 그림의 틀을 벗어나, 원근법과 비례와 형식이 사라진 화선지 위에 부드러우면서도 여성스러운 색들의 조화로움을 자연과 우주를 매개체로 삼아 전개하고 있으며, 그의 그림 속에는 한국의 단아함과 맑고 투명한 자연의 선명성이 독창적 시각의 추상성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사의적 추상은 작가의 작업의 구심점이며 작가만의 독창성이 깃든 순수한 의미를 지닌 추상작품들이다. 오로라에 심취했던 대학시절의 기억에서 보듯,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인 우주와 자연에 대한 태생적인 관심도 지금의 화풍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리라. 


가끔 화선지를 이젤에 올려놓고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작가는 한국화에 대한 고답적인 시각을 불편해하는 듯 보인다. 모던하다는 것이 그저 시류를 반영하거나 혹은 그 흐름에 함몰되는 것이라기보다 이전에 없었던 생각과 새로운 표현방법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정의라고 한다면, 작가의 이채로운 경력과 한국화에 대한 작가만의 새로운 접근이야말로 이전에 만나기 힘들었던 가장 모던한 한국화 작가의 등장이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미술적인 평가는 또 다른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개인적으로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작가가 전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 참이다. 서구적 토양에서 성장한 디자이너 출신의 한 한국화가가 수없이 덧칠을 하고 수정해 나가면서 완성되는 디자인과는 달리 ‘점을 찍는 순간 끝’이라는 한국화의 세계에 들어와서 한 폭 화선지를 통해 세상과 나누고자 하는 순수하고 따뜻한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하나의 점으로 삶과 세상의 편린을 담아내고, 그 점들을 이어 자신의 내면에서 발견한 기쁨을 세상과 나누고자 하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들려줄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설령 작가의 눈에 우리네 메마른 삶의 페이소스가 언뜻언뜻 포착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긍의 대지위에서 새롭게 건져 올린 작가의 따뜻한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가 그녀의 흰 화선지 위로 잔잔히 번져나가고 있을 것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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